백반증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만, 현대의학의 다양한 연구로 백반증에 대한 많은 부분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백반증이 유전적, 면역학적, 생화학적 &신경-원인적 요소의 복합작용으로 생긴다고 보고 있습니다.
백반증의 원인은 병형에 따라 다른데, 전신형 백반증의 경우는 멜라닌 세포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세포독성 림프구가 멜라닌 세포를 파괴하기도 하므로, 자가면역 기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소형 백반증은 특정 부위의 멜라닌 세포만 파괴되는 것으로 보아 출생시부터 있는 멜라닌 세포의 결함이 원인일 것으로 추측되기도 하고, 신경 분포를 따라 발생하는 포진형 병변의 경우는 신경과 상관이 있지 않나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반 사항을 고려하여 백반증과 연관된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는 것은 자가면역, 산화 스트레스(활성 산소의 과다), 신경과의 연관(멜라닌 세포와 신경계와의 상호관계), 독성물질(멜라닌세포를 파괴시키는 다양한 물질들)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국소 스테로이드, 광화학요법, 국소 세포독성제제(대부분이 면역억제제 혹은 항암제. 예: 5-fluouracil) 등을 사용하면 백반증이 퍼지는 것이 예방되고 색소가 다시 침착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 치료법이 백반증의 기본적인 치료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소견은 백반증의 기저에는 면역 반응이 작용함을 시사합니다.
자가면역은 백반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자가면역이란 자신의 멜라닌세포를 신체의 면역계가 이물질로 간주하여 공격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가면역의 기전은 유전적인 요소가 물론 가장 강하겠지만, 그 외에도 스트레스, 외상, 피부손상, 심한 일광화상 등이 백반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아,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지 않나 추측하고 있습니다.
자가면역은 면역반응이 약하거나 없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잘못 작동하는 것입니다. 백반증 외에도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나 원형탈모증, 그레이브병, 제 1형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애디슨병, 홍반성 루프스 및 경피증, 궤양성 대장염, 류마티스 관절염 및 악성빈혈 등이 자가면역반응에 의한 질환이며, 이런 환자에서 백반증의 빈도가 정상인보다 조금 더 높습니다.
백반증 환자의 혈액에서 멜라닌 세포에 대한 항체가 검출되거나 멜라닌 세포의 주요 구성성분에 대해 반응하는 T-림프구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세포면역이 중요한데, 백반증의 병변을 조직검사하면 병변 주위에 T-림프구가 모여 있고 이 세포들이 사이토카인이란 물질을 분비하여 세포면역이 자극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포면역은 암에 대한 면역반응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으로, 어떤 환자에서는 악성 흑색종이 있다가 암이 사라질 때 백반증이 나타나기도 하며, 또 다른 환자분에서는 백반증이 생기면서 몸에 있던 점들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런 반응으로 볼 때 백반증은 멜라닌 세포 자체나 멜라닌 세포의 양성 및 악성 종양에 대한 강력한 면역반응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같은 이유로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역학 연구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에 속하지만 면역반응의 미성숙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는 원형탈모증이나 홍반성루프스 등에서는 내부의 다른 암이 동반되는 빈도가 오히려 증가되는데 비해, 백반증에서는 다른 암의 빈도가 정상보다 더 낮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홍삼, 오가피, 상황버섯, 차가버섯 등 면역력을 높이는 약제가 해로울 수 있습니다. 아토피나 원형탈모증에서는 이런 약제/음식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데, 백반증에서는 이런 것들을 먹은 후 오히려 악화되었다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역학조사에 따르면 백반증이 걸린 환자에서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나 원형탈모증, 성인형 당뇨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동반될 확률이 일반인보다 조금 높습니다. 그러나 그 관계는 대규모 연구에서 상대위험도가 조금 높은 정도의 관계로, 몇 백명의 백반증 환자에서 한두명이 나타날 정도이므로, 백반증을 가진 환자들은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걸릴 확률이 조금 더 높다는 정도로 판단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자가면역질환은 너무 걱정은 마시되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불편이 있을 때 피부과 전문의의 조언을 얻으셔서 적절한 검사를 하여 예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백반증은 유전될 확률이 있습니다. 학자들에 따라 결과가 일치하지 않지만 인체 기본유전자 형인 백혈구 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의 일부가 백반증과 연관이 있다는 보고가 있고, 일부 주요 조직적합성 항원(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 antigens)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거나, cytotoxic T lymphocyte antigen 4 (CTLA-4) 유전자의 변이가 나타나는 경우, 혹은 autoimmune regulator (AIRE)의 변이가 나타나는 등의 소견이 발표되고 있어, 백반증의 발생에 유전적 요인에 의한 면역학적 이상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백반증은 유전적 소인과 성격이나 스트레스 등의 외부인자 및 건강상태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모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봅니다. 즉, 하나만 가지고는 병이 잘 일어나지 않으며, 여러 요인들이 복합될 때 병이 나타나기 쉽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유전 소인에 대해서는 정확한 수치로 드릴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백반증의 빈도는 우리 나라의 경우 약 0.2 - 2% 정도로 일본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백반증이 있는 환자의 가족에서 백반증이 나타날 확률이 약 20%이며, 백반증 환자 가족의 위험률은 약 7 - 10배 정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런 보고를 종합할 때 백반증 환자의 직계 가족 개개인에서 백반증이 나타날 확률은 약 3 - 10 % 정도가 아닐까 생각되며, 이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공유함으로써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진료한 환자 중 부모자식간에 같이 생기는 경우도 은근히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같은 의미로 백반증 환자의 20%에서는 가족력이 있지만 나머지 80%는 가족력이 없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백반증이나 건선 등과 같은 질환들은 일반적인 유전질환과는 다릅니다. 유전질환이란 특정 부위의 유전자가 변형되어 있어서 이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에 백반이나 건선 등은 특정 유전자를 가진 확률이 2-3배 정도 더 높다는 정도의 낮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유전 요인보다는 환경요인이 더 큰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병이 생기 쉬운 유전환경을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환경적으로 좋으면 병이 생기지 않습니다. 유전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성격,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법, 생활습관 등이 비슷해짐으로써 발병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전적인 성향은 분명히 있으며, 백반증협회 자문위원이자 백반증연구회 평의원으로 봉사하시는 동국의대 일산병원 이애영 선생님의 백반증 유발 유전자 연구에서 한국인 백반증의 유전 위험도에 대한 좋은 자료가 밝혀지리라 믿습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백반증도 꼼꼼하고 철저하면서 조금 소심한 분들이 걸리기 쉬운 것 같습니다. 그 경우 조금 더 대범하게 버릴 것 버리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인다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질서하게 벗어 놓은 신발이나 어질러진 다른 사람의 책상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내 일이 아닐 땐 무시하는 습관이 좋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그런 것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3-6개 정도의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을 누구든 겪을 수 있습니다. 부모나 배우자/자녀의 죽음, 이사 및 전학, 직장에서의 문제 등... 이런 스트레스를 당면하여 이겨나가는 사람도 많지만 그 스트레스가 병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반 이상의 백반증 환자들에서 백반증이 갑자기 생기거나 혹은 심하게 악화될 즈음에 이런 심한 스트레스가 동반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백반증 환자들은 병으로 인한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을 받게 됩니다. 보기 싫은 흰 반점의 향후 진로도 불확실하고 가끔은 빨리 번지기도 하는지라 이로 인해 아주 심한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어렵게 찾아간 의사가 병에 대해 무관심하게 아무 치료도 않고 내버려 두면서 ‘약이 없어요’라고 할 때 또 다른 좌절을 겪는다고 합니다. 미국에서의 연구에서 조차 대부분의 의사들이 적절한 치료를 권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속에서 환자들은 당혹함과 좌절감, 우울증 등 다양한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지요... 특히 외모에 대한 편견과 집단 따돌림이 심한 우리나라는 더 어렵겠지요?
이런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난 2006년 및 2007년 백반증 환우들을 위한 심포지움에서 연세의대 정신과 신의진 선생님이 말하던 긍정적 대처방법이 좋을 것이고, 보다 대범한 성격을 갖도록 노력하면서 작은 불필요한 부분에서의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신의진 선생님은 대한백반증 협회 자문위원이십니다)
제가 느끼는 것도 백반증 환자분들의 일반적인 성격이 꼼꼼하고 내성적인 경향을 가진다는 것인데, 이런 부분에서의 불편은 아마 좋지 않으리라 봅니다. 대신 털털하고 편한 마음은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신앙 생활로 어려움을 이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기독교를 믿는지라 기독교의 믿음생활을 잘 하게 되면 마음 속의 불안감이 없어지고 평안함이 가득하게 되며, 이런 평안함을 가진다면 백반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스트레스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 외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기는 부분은 백반증과 생활편에 부모님들께 드리는 글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신경계의 이상으로 멜라닌세포에 독성을 갖는 물질이 분비되어 손상을 준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특히 신경 분포에 따라 특정 부위에만 백반증이 생기는 포진형 백반증에서 이런 이론이 설득력을 가집니다. 이는 멜라닌 세포가 태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신경릉(neural crest)에서 함께 만들어 지므로, 이 과정에서 일부 세포에 문제가 생기거나 일부 신경 조직에서 독성물질을 분비한다고 의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부위에 다른 부위의 멜라닌 세포를 이식하면 재발을 않는 것으로 볼 때 독성을 준다는 관점 보다는 그 부위의 멜라닌 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부분적인 하자/결손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포진형 백반증 외에도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질환에서 저색소 반점이 나타나는 수가 있으며, 이런 부분은 신경과의 연관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신경과의 관계가 명확한 포진형이 아닌 백반증, 즉 분절형 백반증이나 전신형 백반증은 이런 가설과는 무관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백반증이 일부 화학물질에 노출된 후 발생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자료는 아직 없어서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인도의 경우는 여자들이 미간에 붙이는 점(부처님 점 자리)은 최근 20여년간은 스티커로 만든 것을 많이 썼는데, 스티커의 접착물질에 포함된 화학물질에 의해 백반증이 많이 생겼던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1900년대 초기에 미국에서 발병한 직업적인 백반증의 보고나, 가죽을 다루는 공정, 에폭시 수지를 다루는 공정 등 일부 공정에서 일하는 근로자에서 백반증의 빈도가 높게 나타난 보고가 있습니다. tertiary butyrophenol 외에도 많은 화합물들이 이런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들 화합물들이 벤젠링을 가진 페놀 구조를 공통적으로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흔한 원인물질로 밝혀진 화학물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monobenzyl ether of hydroquinone (monobenzone; MBEH), monomethyl ether of hydroquinone (MMEH; para-methoxyphenol), monoethyl ether of hydroquinone (MEEH; p-ethoxyphenol), Hydroquinone, p-tert-butylcatechol (PTBC), p-tert-butylphenol (PTBP), p-tert-amylphenol (PTAP), p-phenylphenol, p-octylphenol, p-nonylphenol, p-isopropylcatecol, p-methylcatecol, Butylated hydroxytoluene (BHT), Butylated hydroxyanisole (BHA), pyrocatecol (1,2-benzenediol), p-cresol
beta-mercaptoethylamine HCl (MEA), N-(2-mercaptoethyl)-dimethylamine HCl (MEDA), Sulphanolic acid, Cystamine dihydrochloride, 3-mercaptopropylamine HCl
수은제제, 비소제제, cinnamic aldehyde, p-phenylenediamine (PPDA; 염색약 성분), benzyl alcohol 등
비타민 및 일부 무기질의 부족이나 신체 내부의 다른 이상이 원인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 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엽산, 비타민 B12, 비타민C 등의 부족이 있을 때 백반증이 발생하며 이들을 보완하면 치료가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 연관성은 강하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에서의 연구는 그 연관성이 아주 낮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발표가 있는 만큼 다양한 보완이 필요하므로 종합비타민, 비타민 C&E를 같이 복용하게 권하는 것입니다.
피부 내의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 ; H2O2)가 높은 경우 백반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피부 내의 과산화수소가 많아지는 것은 멜라닌세포의 칼슘 항상성(일정량을 유지하게 하는 기전)과 카테콜아민 생성 증가 등으로 표피 내의 과산화수소가 증가하며, 백반증 환자에서는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catalase가 부족하여 멜라닌 세포가 활성산소에 취약해 쉽게 손상되어 면역학적인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이론에 근거하여 pseudocatalase 등의 항산화제를 사용하면 백반증의 악화를 막고 병의 호전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항산화제를 권하게 됩니다.
대한백반증협회 자문위원이자 동국의대 일산병원 피부과장이신 이애영 선생님이 지난 두 번의 심포지움에서 강연한 내용이 습진에 의한 백반증의 발생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머리염색약에 많이 사용되는 p-phenylenediamine (PPDA)이나 니켈, 화장품 속의 향료, 일부 풀 성분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외 피부과 영역에서 면역요법에 사용되는 di-nitro-chloro-benzene (DNCB), di-phenyl-cyclo-propenone (DPCP), squalic-acid-di-butyl-ester (SADBE) 등을 바른 부위에 백반증이 생기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고,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지가 많은 부위에 습진이 생기는 지루성 피부염이 반복되는 분에서 피지 분비 부위에 백반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백반증은 상처를 받은 부위에 잘 생길 수 있습니다. 상처가 난 곳에 피부병이 생기는 현상을 쾨브너현상(Koebner phenomena)이라고 하는데, 백반증, 건선, 편평사마귀, 편평태선, 광택태선 등 여러 피부질환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백반증에서 외상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부위는 주먹을 쥘 때 뼈가 나온 부위에만 백반증이 생기는 분이나 꽉 조이는 청바지를 입을 때 옷이 눌리고 스치는 손상을 잘 받는 허리뼈 및 엉치뼈/환도뼈 부위, 팔꿈치, 무릎 및 정강이, 발등 같은 부위에 더 심하게 생기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그 외 자외선을 강하게 받은 경우에도 백반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특히 손등의 병변이 심한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자외선 자체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자외선과 특정 화학물질/약초 등이 상호작용해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